떡, 삶과 함께 걷다

Date. 2017-09-11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바라는 진심과 정성이 깃든 지혜의 음식 떡을 말한다.

백일, 돌, 성년, 결혼, 환갑, 제례로 이어지는 인륜지대사에는 언제나 떡을 짓는다.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바라는 진심과 정성이 깃든 지혜의 음식으로서 떡을 말한다.

 

잔칫상마다 빠지지 않는 떡

사람이 태어나 삶을 마감하고 자손들이 그 생을 기리기까지. 인생에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이를 의례(儀禮)라 부르지요. 살아 있을 때 통과하는 의례는 그야말로 경사스런 ‘잔치’입니다. 잔치는 기쁜 일에 음식을 차려놓고 손님을 청해 먹고 즐기는 일이지요. 백일, 돌, 생일, 혼인, 회갑 잔치로 이어지는데 잔치를 하나씩 거치면서 한 사람의 평생이 완성됩니다. 통과의례 상차림은 집집마다의 예법과 풍속에 따라 다른 터라 ‘가가례(家家禮)’라 합니다. 하지만 떡만큼은 어떤 잔치, 어떤 집안에서도 빼놓지 않고 상에 올리는 가장 중요한 음식입니다. 떡은 우리네 삶과 함께 걷는 ‘인생의 음식’이지요. 

 

떡에 담긴 삶의 지혜와 살뜰한 정

삼칠일의 백설기

아이가 태어나면 7일마다 첫이레, 두이레, 세이레를 거칩니다. 아기와 산모의 건강을 기원하며 대문에 치는 금줄은 ‘삼칠일’이라 불리는 세이레 만에 걷고요. 축하의 뜻에서 흰 쌀밥에 고기 미역국을 끓입니다. 그리고 백설기를 쪘지요. 아기와 산모를 속인의 세계에 섞지 않고 산신(産神)의 보호 아래 두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백설기는 집안 가족끼리만 나눠 먹고 대문 밖으로는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백일의 백설기와 오색송편

삼칠일은 아이를 낳은 엄마를 배려하는 날의 의미가 컸다면, 백일(百日)은 순전히 신생아를 위한 경축잔치입니다. 백(百)은 ‘완성’을 뜻하는 숫자의 최고봉으로 아이의 탄생이 비로소 완성됐음을 상징합니다. 태어나 얼마 안 돼 죽고 마는 아이가 많았던 옛날에는 백일이라는 큰 고개를 무사히 넘긴 일은 축하할 만한 일이었습니다. 백일상에는 백설기, 수수팥경단, 오색송편 등의 떡을 올렸는데 각각에 자식을 위한 바람과 기원이 깃들어 있습니다. 백설기는 흰 쌀가루를 깨끗하게 찐 설기입니다. 출생의 신성함과 잡것이 조금도 섞이지 않고 순수한 삶을 살아가기를 기원하는 뜻을 담습니다. 수수팥경단은 ‘액(厄)’을 쫓는 떡입니다. 붉은색 차수수로 경단을 빚고 붉은팥 고물을 묻혀 빚습니다. ‘양(陽)’의 기운을 대표하는 것이 불이고, 불을 상징하는 붉은색이 귀신을 쫓아준다고 여긴 데서 비롯한 풍습입니다. 5가지 색을 물들여 만드는 오색송편은 오행(五行), 오덕(五德), 오미(五味)처럼 ‘만물의 조화’를 뜻합니다. 송편 속은 ‘속이 꽉 찬 아이로 성장하라’는 뜻에서 채우기도 하고, ‘마음이 넓어지라’는 뜻에서 비우기도 했습니다. 한편 백일 떡은 삼칠일 백설기와 달리 100집과 함께 나눠 먹어야 아이가 큰 병 없이 장수하고 복을 받는다고 여겼습니다. 

 

돌날의 수수팥경단

돌은 아기가 태어나 1년 사시사철 위험한 고비를 무사히 넘겼음을 축복하는 잔치입니다. 돌상에는 어느 지방에서나 빠짐없이 백설기와 수수팥경단을 올리는데, 송편·인절미·무지개떡을 마련하는 집도 있습니다. 인절미는 단단하게 여물고 대범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기원이, 무지개떡은 아이의 꿈이 무지개처럼 일어나 소원을 성취하기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돌에는 아이에게 반드시 수수팥경단을 해먹였는데, 그래야 넘어지거나 떨어져 몸을 다치는 일 없이 건강하게 자란다고 믿었습니다. 어른이 넘어지면 “돌 때 수수팥경단을 못 얻어먹었는가?”라며 놀리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입니다. 아이가 열 살이 될 때까지 해마다 생일이면 아침상에 수수팥경단을 빠트리지 않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책걸이 송편

서당에 다니면 《천자문》, 《동몽선습》, 《소학》의 순으로 책을 뗍니다. 아이가 책 한 권을 뗄 때마다 서당 훈장님과 친구들에게 오색송편과 경단을 대접하는 잔치가 ‘책걸이’ 또는 ‘책례(冊禮)’입니다. 송편은 깨, 팥, 콩 등으로 소를 꽉 채우는 떡이지요. 책걸이 송편에는 아이의 학문이 송편처럼 속이 꽉 차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습니다.

성인식도 성대하게 치렀습니다. 남자는 관례, 여자는 계례라 부르는 의례 절차를 마친 다음에는 술, 국수장국, 떡, 한과와 생과, 음청 등을 푸짐하게 차려 아이에서 성인이 됨을 축하해주었지요.

 

 

글쓴이 정길자 원장은 2007년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병과 기능보유자로 지정받았다. 지금은 궁중병과연구원에서 옛 조리서 속 떡과 한과를 연구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우리 떡과 한과의 역사와 조리법을 망라하고 정리한 《한국의 전통병과》 《음식방문》 《퓨전 떡과 과자》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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