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셔 유대인의 식사법 vs 할랄

Date. 2018-02-05

할랄이 세계 식품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지난 2016년 한국을 다녀간 무슬림 관광객도 98만 명에 달한다. 그런데도 우리에게 할랄은 여전히 낯선 존재다.

할랄 인증 절차를 거치면 웰빙 식품으로 인정받는 추세

무슬림 인구 17억 명 시대, 전 세계 인구의 23%에 달한다. 무슬림은 아니어도 건강과 이국적인 맛을 이유로 할랄을 찾는  비(非) 무슬림 인구도 제법 된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할랄 인증 절차를 거치면 웰빙 식품으로 인정받는 추세에서다. 몇 해 전 부터 서구에서는 새해 음식 트렌드로 할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해왔다. 코란이 부여한 ‘좋은 음식’ 할랄은 전 세계 식품시장의 20%를 차지하는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했고, 2019년에는 2조537억달러 규모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본다. 할랄이 무슬림의 음식을 넘어 세계인이 사랑하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할랄 시장이 급성장했다지만 알쏭달쏭한 건 여전하다. 코란이 말하는 ‘좋은 음식’이란 무엇일까.   

 

이슬람 지역 중동? 아랍? 

할랄을 이해하려면 우선 그 배경부터 따져봐야 한다. 이슬람 지역, 중동, 아랍은 모두 같아 보이지만 조금씩 다른 개념이다. 이슬람 지역은 이슬람 신자인 무슬림이 많은 곳을 뜻한다. 당연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처럼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도 포함된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이슬람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다. 중동은 단순히 지리적 개념으로 페르시아만 지역과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일부를 아우른다. 세계 무슬림 인구의 30% 정도가 밀집해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대교 이스라엘처럼 중동이지만 이슬람이 아닌 나라도 있다. 아랍은 이슬람과 중동보다 범주가 작은데, 아랍어를 쓰고 아랍문화에 뿌리를 둔 민족을 뜻한다. 모든 중동 사람이 아랍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이란은 페르시아인, 이스라엘은 유대인의 나라다. 결국 할랄은 아랍을 넘고 중동을 넘어, 전 세계 17억 명 이슬람 인구 모두를 아우르는 율법이자 삶 그 자체다. 

 


할랄 & 하람   '허용하는 것과 아닌 것 '

할랄(Halal)은 아랍어로 ‘허용하는 것’이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이 해도 되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허용하지 않는 것’은 하람(Haram)이다. 코란은 몸에 좋고 깨끗한 음식은 모두 할랄로 규정하고 있는데, 몇몇 하람 음식을 제외하면 모두 허용되니 뜻밖에 관대하다. 그렇다면 금지된 음식 하람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돼지고기와 돼지 부산물로 만든 모든 음식은 하람이다. 동물의 피나 썩은 고기도 먹으면 안 된다. 허용된 육류라도 이슬람식으로 도축하지 않으면 하람이고, 이성을 어지럽히는 술과 마약도 물론 하람이다. 하람처럼 분명히 금지하지는 않지만 되도록 피해야 하는 ‘경계의 음식’ 마크루흐(Makrooh)도 있다. 당나귀와 노새처럼 가축으로 기르는 동물, 사자와 늑대처럼 송곳니가 있는 포악한 육식동물, 독수리와 매처럼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새가 해당된다. 

 

다비하   '알라의 이름으로 도축하다 '

소, 닭, 양고기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해야 할랄이다. 절차가 꽤 까다롭다. 도축할 동물의 머리를 메카 방향으로 돌려 누인 뒤 “알라의 이름으로”라는 기도문을 외치며 단칼에 고통 없이 숨통을 끊어야 한다. 도축한 뒤에는 피를 완전히 빼야 한다. 이런 무슬림식 도축 의식을 다비하(Dhabiha)라고 하는데, 다비하는 반드시 건강한 정신의 성인 무슬림이 행한다. 

 


라마단 '9월 한 달간의 금식'

무슬림은 이슬람력 9월에 금식을 행한다. 9월은 이슬람교를 창시한 무함마드가 신에게 첫 계시를 받은 신성한 달. 한 달 내내 굶는 건  아니다. 금식은 매일 일출부터 일몰까지만 한다. 해가 지면 가족이나 친구를 초대해 부드러운 음식으로 금식을 깬다. 라마단 기간에 갖는 하루의 첫 식사 ‘이프따르(Iftaar)’다.

 


코셔 유대인의 식사법 vs 할랄

이스라엘 탄생 전까지 유대인은 중동 지역 여기저기 흩어져 살며 아랍인과 사이좋게 지냈다. 그래서일까. 7세기 이슬람 태동 시 무슬림은 이웃하던 유대인의 음식 율법을 상당 부분 코란으로 흡수했다. 무슬림이 유대인의 음식을 먹어도 되는 할랄로 여기는 건 그 때문이다. 유대교도 율법 ‘토라’에서 허락한 음식을 ‘코셔(Kosher)’, 금지한 것을 ‘테레파(Terefah)’라 부르며 엄격하게 따른다. 돼지고기와 동물의 피를 금기하고 소나 닭처럼 허용된 동물도 율법에 따라 도축해야 먹을 수 있는 건 같다. 하지만 코셔는 할랄보다 한층 더 까다롭다. 예컨데 토라에는 “새끼 염소를 그 어미의 젖에 삶지 말라”는 구절이 세 번이나 나온다.

 

할랄인증을 받은 스낵

 

이스라엘 맥도날드에는 치즈버거가 없다.

유대인이 고기와 유제품을 같이 먹지 않는 건 그 때문이다. 고기를 먹으면 3~6시간은 지나야 유제품을 입에 넣을 수 있고, 조리도구와 그릇은 고기와 유제품용을 따로 써야 한다. 그래서 이스라엘 맥도날드에는 치즈버거가 없다. 해산물에 대한 금기가 따로 없는 할랄과 달리, 코셔에서는 비늘이 있는 물고기만 허용되기도 한다. 단, 술에서는 관대해 유대인에게 기본적으로 술은 허용된 것, 코셔다. 
 


할랄 공식인증 한국이슬람교중앙회 ‘KMF’ 등 공인기관으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은 식당. 무슬림 자가인증 할랄 식재료만 사용하며 운영자나 요리사 중 최소 1명이 무슬림인 식당. 무슬림 프렌들리 할랄 메뉴를 일부라도  판매하고 있는 식당. 알코올 음료는 판매할 수 있다. 포크 프리 할랄 메뉴는 없지만  돼지고기를 재료로 만든 요리는 취급하지 않는 식당.

 

웰빙 '할랄은 깨끗하고 안전한 음식'

코란에서는 율법에 부합하는 음식을 ‘좋은 것’이라 규정한다. 좋은 것은 곧 ‘깨끗한 음식’이다. 무슬림은 정결한 음식이 신의 자비와 에너지를 느끼게 해준다고 믿는다. 식재료 선택에서부터 가공, 조리, 상차림까지 전 과정을 율법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하는 할랄 음식은 그래서 위생적이고 안전한 웰빙 먹거리로 무슬림을 넘어 세계인에게 각광받고 있다.

 


환대문화 '우리 집은 당신의 집'

“손님이 드나들지 않는 집은 천사도 드나들지 않는다.” 융숭한 손님 대접으로 유명한 아랍의 속담이다. 명예를 중시하는 아랍 사람들은 손님을 환대하는 것이 자신과 가족의 명예를 지키는 최고의 방법이라 믿는다. 아랍 환대문화의 대표적인 음식은 양고기. 귀한 손님이 오면 양 한 마리를 통째로 잡아낸다. 

 


 

절제  '과식으로 심장을 죽이지 말라'

“과식과 과음으로 너의 심장을 죽이지 말라. 심장은 식물과 같아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죽게 된다.” 이슬람 잠언집 《하디스》의  한 구절이다. 배가 고프지 않으면 먹지 않고 허기가 가시면 더 먹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음식에서 손을 떼야 한다. 이슬람교에서 음식은 ‘절제’의 다른 말이다. 한 달 간의 금식 라마단에서 무슬림은 절제와 인내의 삶을 배운다. 


비스밀라  '알라의 이름으로 알라의 이름으로!'

무슬림은 모든 일의 시작에 앞서 ‘알라의 이름으로’라는 뜻의 기도문 “비스밀라(Bismillah)”를 외운다. 동물을 도축하는 다비하 의식에서도, 매 끼니 식사를 시작할 때도 비스밀라는 필수다. 알라의 이름으로 허용된 음식, 종교와 삶이 일체화한 무슬림에게 할랄은 취향과 선택의 문제가 아닌 삶 자체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