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수산물의 왕자, 전어

Date. 2018-10-10

‘봄 도다리, 가을 전어(錢魚)’라는 말이 있다. 가을에 먹는 전어 맛이 연중 최고라는 뜻이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錢魚)’

전어는 우리 속담이나 구전에 자주 등장해 한국인에게 친숙한 생선이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錢魚)’라는 말이 있다. 가을에 먹는 전어 맛이 연중 최고라는 뜻이다. 9∼11월 초에 잡히는 전어는 살이 통통하고 비린내가 적으며 가시가 무르고 맛이 고소하다.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 ‘가을 전어는 며느리 친정간 사이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 ‘가을 전어 한마리가 햅쌀밥 열 그릇 죽인다’는 옛말이 가을 전어 맛을 짐작하게 한다.

 

가을엔 전어의 지방 함량이 봄의 3배

가을엔 전어의 지방 함량이 봄의 3배에 달한다. ‘가을 전어의 대가리엔 참깨가 서 말’이란 말은 이래서 나왔다. 3∼8월의 산란기엔 지방이 적어 맛이 떨어진다. 아무리 가을 전어라도 나이가 두 살 이상(길이 15cm이상)은 돼야 제맛이다. 2년생 전어의 지방 함량은 1년생의 세 배나 된다. 시인 정일근은 《가을 전어》란 시에서 “사람의 몸에서도 가을은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법이니 그 빈자리에 가을 전어의 탄력 있는 속살을 채우자”라고 했다.

 

전어구이는 전어에 굵은소금을 뿌린 뒤 통째로 구운 음식이다. 간이 배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생선을 태우지 않고 곱게 구우려면 지느러미와 꽁지 위에 소금을 수북이 얹어놓아야 한다. 화력(火力)은 강하게 하되 불기가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생선이 타지 않는다. 생선의 눈빛이 희게 변하면 알맞게 구워졌다는 신호다. 너무 오래 굽는 것은 피해야 한다. 웰빙 성분인 DHA, EPA가 빠져나가고 탄 부위에 발암물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돈을 따지지 않고 사서 전어

생선 이름에 ‘돈 전(錢)’ 자가 붙은 것도 흥미롭다. 조선후기의 실학자 서유구가 쓴 《임원경제지》에 그 유래가 소개돼있다.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해 한양에서 판다. 사람들이 돈을 따지지 않고 사서 전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전어(箭魚)’로 표기된 옛 문헌도 있다. 영문명은 ‘기저드 셰드(gizzard shad)’다. 전어의 위(胃)가 닭의 모래주머니를 닮아서다. ‘스파티드 사딘(spotted sardine)’이라고도 부른다. ‘점박이 정어리’란 뜻이다.

 

전어는 등푸른 생선

전어는 등푸른 생선의 일종이다. 등푸른 생선엔 항암 효과가 있는 DHA와 EPA 등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다. 일본 국립암연구소의 연구에선 대장암, 유방암에 걸린 실험동물(쥐)에 DHA를 먹인 결과, 암세포의 수와 크기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DHA와 EPA는 피를 맑게 하고 혈전을 녹여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데도 유효하다. DHA는 성장기 어린이의 두뇌 발달과 노인의 치매 예방도 돕는다.

 

고단백, 다이어트 식품

전어는 100g당 열량이 126kcal에 불과한 다이어트 식품이다. 100g당 단백질 함량은 24.4g인 고단백 식품이다. 가시가 많지만 단점은 아니다. 가시째 먹을 수 있어서다. 가시째 써는 회를 일본인들은 ‘세꼬시’라고 부른다. 작은 생선의 머리, 내장을 제거한 뒤 가시째 얇게 써는 가시째썰기한 전어를 먹으면 칼슘을 충분히(100g당 210mg) 섭취할 수 있다. 전어의 칼슘 함량은 ‘칼슘의 왕’인 우유의 두 배다. 멸치(509mg)보다는 적지만 고등어(26mg)보다는 많다. 껍질째 함께 먹는 것이 좋다. 껍질엔 구내염 예방을 돕는 비타민 B2, 비타민 B6, 니아신이 제법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전어는 대개 회, 무침, 구이로 먹는다. 맛은 푸른 등 쪽의 살보다 흰 뱃살 쪽이 낫다. 또 육질이 붉은 것보다 상아색을 띠는 것이 더 맛있다. 전어의 비늘을 벗긴 뒤 두툼하게 썰어 뼈째 회로 먹으면 깊고 은은한 맛이 느껴진다. 양념 된장, 마늘, 상추쌈을 곁들이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양념, 상추, 깻잎, 당근, 오이, 양파, 배, 사과와 함께 버무린 전어무침에도 가시째 썰기한 전어가 들어간다. 입안에서 가시가 사르르 녹아 없어져 먹는 데 불편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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